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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여행기

미국 동부 여행기. 10일차 (워싱턴D.C)

규도자 (gyudoza) 2023. 4. 22. 11:04

잠을 더이상 잘 수 없을 정도로 채광이 좋았다.

 

중댐의 룸메 트레이가 준 맥앤치즈를 아침으로 요리해 먹었는데 다른 첨가물 없이 오로지 빌트인된 재료들만 사용했더니 맛이 영... 1/5만 먹고 다 버렸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러 갔다. 이 숙소가 진짜 완벽한게 주변에 Capital bikeshare 스테이션도 있다. 쉽게 말하면 그냥 워싱턴 따릉이라고 보면 된다. 정액권 없이 사용하면 한번 Unlock에 1$, 분당 0.05$이다. 하지만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 정액권이 8$이고, 이것으로 한 번 빌리면 최대 45분까지 탈 수 있으므로 고민의 여지가 없다, 하루 3번 이상 타게 될 거면 무조건 종일권이 이득이므로 종일권을 매일 끊어서 탔다.

타던 중간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영상으로도 남겨놨다.

이런 시내를 달리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워싱톤 맥날에서 맥크리스피도 조져보고

 

백악관도 멀리서 보고

쾌청한 날씨에 우뚝 서있는 워싱턴 기념탑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고. 근데 진짜 위엄이 엄청났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링컨 기념관을 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인데 꽤 거리를 벌렸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가는길에 청둥오리 한쌍도 보고. 귀엽고 예뻤다.

드디어 링컨 기념관 도착

링컨과 조우도 했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그 동상을 눈앞에서 보니까 꽤 감상에 젖었다. 혹성탈출에서의 그 충격적인 엔딩도 생각났고...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하게 만든 거리가 있다면

링컨이 바라보는 방향이 워싱턴 기념탑 -> 미국 국회의사당이다. 뭔가 항상 내가 지켜보겠다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도, 막상 백악관은 링컨의 시선 좌측에 위치하는 게 링컨의 감시대상은 자신의 후임인 미국 대통령이 아닌 의원들인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이런저런 방향으로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잘 못찍어서 조금 틀어졌다.

 

그렇게 링컨아재와 바이바이하고

마침 군악대가 공연하길래 구경도 좀 하고

한국전쟁 기념물도 다녀왔다. 우리나라에 자유를 선물해주신 고마우신 분들을 보니 뭔가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실상 이분들 때문에 내가 태어났고, 또 자랐고, 또 직장을 갖고 돈을 벌고 휴가를 내고... 또 링컨기념관 남쪽에 위치한 이 한국전쟁 기념물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결국에는 내 눈앞에 있는 수많은 이름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또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이분들의 자녀들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조지타운으로 향한다. 역시나 날씨가 사기적이다.

 

조지타운은 골목이 좁고 4차선도로에 미국답지 않은 아기자기한 건물들로 가득한 독특한 동네였다. 에버랜드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유럽골목 같은 느낌의 동네라고 할까, 진짜 아기자기하고 에뻤다.

골목이 좁고 차선 자체도 좁은데다가 개수도 모자라서 교통상황은 항상 뭔가 원할하지 않은 느낌이었고, 자전거를 타기에도 용이하지 않은 동네 구조였다. 조지타운 대학교는 ID를 검사한다고해서 미처 가진 못했고(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여권은 항상 숙소에 놓고 다녔다) 그냥 주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한국에 없는 코카콜라 바닐라맛도 먹어보고. 되게맛있다.

조지타운 컵케이크도 먹어보고. 명물이라고 하던데 근데 진짜 존나 맛있긴 했다.

 

 

 

그리고는 다시 따릉이를 타고 내셔널 몰로 돌아와서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모아이 석상도 보고. 이걸 가져올생각을 하다니.

구 맘모스, 현 매머드 모형도 보고.

트리케라톱스를 잡아먹는 티라노의 화석도 보고. 워낙 인기존이라 항상 누군가가 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어가지고 급하게 찍었는데 그래서 좀 번졌다 힝구. 근데진짜 멋있었다.

근데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박물관 내부에 실제로 연구원분들이 화석을 발굴하고 리서치하는 곳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투명창으로 공개도 돼있고 실제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왼쪽에 바깥을 향해 보이는 모니터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난 처음에 진짜 이게 맞나... 뭐지 진짜 섬세한 인형인가 로봇인가? 그렇다기엔 장비의 디테일이 쓸데없이 섬세한데 등등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질정인 광경이었다. 근데 저 연구원분은 이런 상황에 너무나도 익숙한지 아무런 동요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나라면 단 하루도 못 견딜 것 같은데 와... 진짜 감탄이 나왔다. 내가 쓰고 있는 코드가 밖에 보이고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보면서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 나도 보는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진짜 끔찍하다.

 

멀고먼 조상님들 화석도 한번 뵙고

미라쨩들도 한번 보고. 소 미라는 뭔가 비주얼적으로 섬뜩하고 기괴하면서도 신기했다.

아폴로11호가 가져온 월석도 보고... 진짜 대박.

 

 

박물관 앞에 즐비해있는 푸드트럭에서 윙도 하나 사먹었다. 윙보다 프렌치 프라이가 더 많은 건 함정... 이긴 한데 진짜 감튀가 너무 맛있어서 분해하면서 다먹었다.

 

집에가는길에 T.J.Maxx에서 인생비누도 만났다. 머리도 감고 얼굴도 닦고 몸도 닦는 비누? 이건 미쳤다. 숙소에 액체 비누가 있긴 했는데 성능이 쉬원찮아서 샀따.

단골에 된 양 마켓에서 뽀네노도 하나 사고. 50센트로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심지어 달고 맛있다!!!!!!!!!!!!

그리고 2020년 필리핀에서부터 운명공동체였던 슬리퍼가 그 수명을 다했다. 내가 평소에도 진짜 많이 걸어다니는데 여행을 다니면 진짜 훨씬 더 많이 걸어다니니까 + 한국에서도 맨날 이것만 신고 다니다보니까 결국엔 비오는날 좀 미끄럽다 수준에서 발바닥에 길가의 질감이 느껴지는 정도를 넘어 이제 빵꾸가 났다. 사실 자갈길을 걸을 때마다 어느정도 수명을 다했다는 게 느껴져서 새 신발을 준비하고 있었긴 했다.

왼쪽은 아직 빵꾸는 안났지만 저 맨질맨질한 면을 보면 대충 어떤 느낌이었을 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리핀에서부터 수고 많았다 친구.

비가오나 눈이오나 함께였던 벗과 함께. 나는 물건에 정을 진짜 많이 붙이고 쓰는 편이라 좀 슬펐다.

 

 

오래도니 벗과의 이별을 뒤로한 채 미국에서의 10번째 밤은 이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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