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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여행기. 9일차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 워싱턴D.C) 본문
어제부터 전우들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워싱턴D.C로 향하기로 한다.
어쩐지 리뷰에 노숙자들이 많다고 위험하다면서 별점이 엄청 낮더라니 실제로도 그랬다. 뭔가 오줌냄새 같은 지릉내가 나면 주변에 노숙자들이 계신다는 뜻이다. 이때쯤이면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는데 새벽 3시에 출발하면 오후 1시쯤 도착하니까 그때쯤부터 관광을 시작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미국의 고속버스는 그렇게 동작하지 않았다.
매 정거장마다 환승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전부 다 내렸다가 전부 다 다시타는 방식으로 버스 시스템이 구성돼있었고 그 시간 간격이 약 2시간이라서 조금 눈을 감을 때가 되면 전부 다 내렸다가 또 바로 타는 것도 아니고 한 20분씩 기다렸다가 다시 탄다.
의자도 매우 불편하고 내부도 그렇게 깔끔한 편은 아니라서 정말... 9시간이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여행 중 가장 불편한 경험이었다고 해야하나 꼬리뼈가 너무 아파서 진짜 똑바로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고 잤다. 그리고 보면 알겠지만 막 그렇게 깔끔한 편도 아니고 해서 그냥 눈만 감고 있는 상태이지 뭔가 회복이 되는 상태는 아니다. 그리고 또 매우 좁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유니온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노숙자랑 마주친 건 재미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야무지게 쉑쉑 조졌다. 유니온 스테이션 내부에 있는 쉑쉑인데 또 오고싶어질까 아쉽지 않게 더블스택에 베이컨치즈 프라이에 쉐이크까지 야무지게 시켜먹었다. 맛있었는데 역시나 짰다. 특히 베이컨.
외부에서 본 유니온 스테이션. 뉴욕으로 출발할 때 다시 오게될 곳이다. 그리고 노숙자가 진~~~~~~~~~~~~짜 많다. 우리나라에도 서울역에 노숙자가 많은데 뭔가 교통의 메카 -> 노숙자들의 성지가 되는 걸까? 어떻게 다른 문화권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 건지 정말 신기했다.
숙소는 정말 좋은 곳에 잡았는데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걸어가도 30분이고, DC 시내까지도 자전거타면 1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 데다가 가격도 하루 100$정도로 주변보다 비교적 저렴한 곳이었다. 그래서 걸어갔다. 아래는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트렘 하이
체크인시간이 많이 남아서 백팩을 매고 캐리어를 질질 끌고 유니온 마켓에 갔다. 별건 없더라.
지도가 예뻐서 찍어봄
땡볕을 걷고 걸어 숙소에 도착꾸시마시따.
숙소가 진짜 마음에 들었다. 저렴하고, 시내와 가깝고, 링컨 기념관 기념비 백악관 등이 즐비해있는 내셔널 몰과도 가깝고, 깔끔하고 동네도 조용하고 진짜 더할나위 없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쯤 깜짝 선물을 발견했는데
중대장님이 나 몰래 용돈을 가방에 넣어두셨다. 미친 환율 + 물가에 허덕이는 내가 보기 안쓰러웠나보다. 삼십대에 중댐에게 용돈을 받는 나란 새끼... 뭘까. 중댐 말씀으로는 이런 기회, 그러니까 미국에 올 수 있는 일이 흔치 않으니 돈때문에 어떤 경험을 못해보고 가지 말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태라는 마음으로 주셨다고 한다. 진짜 내가 이렇게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사람들은 날 자꾸 동하게 한다 핳하하
평화로워보이는 동네에
그렇지 않은 느낌의 철창으로 도배된 동네 수퍼. 나는 4일동안 이 수퍼의 단골이 된다.
사실은 맨몸으로 캐리어를 끌며 여기까지 오면서도 아무래도 위험한 동네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위에서 말한 "조용한"이라는 의미와는 별개로 말이다. 왜냐, 노숙자들도 꽤 있었고, 철창으로 도배된 가게들이 많았고 바닥에는 깨진 유리병이나 유리창들이 꽤 있었다. 낙서도 많았고 무엇보다 인도의 폭이 다른 곳들보다 매우매우매우 좁았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정말 유명무실할 정도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골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네다섯은 충분하게 들어갈 정도로 인도를 구성하기 마련이었는데(그간 봐왔던 동네로는) 여긴 두사람 남짓 걸을 수 있을까? 하는 도로에 심지어는 가로수가 수십년은 자랐는지 도로와 더불어 인도까지 침범했는데도 딱히 그거에 대한 유지보수 작업도 안돼있었다. 그래서 가로수가 있는 곳마다 내가 캐리어를 직접 들고서 넘어가곤 했다.
아무튼 그렇게 미국에서의 9번째 날은 이렇게 끝났다. 버스에서 사실상 몸을 구겨넣고 잠도 못자고 깼다가 환승했다가 깼다가 환승했다가 밝아졌다가 어두웠다가 시끄러웠다가 등등등 고문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 뒤에 수십키로에 달하는 캐리어를 끌고 유니온 마켓 + 숙소까지 수시간을 돌아다녔으니 몸에 피로감이 어마무시했다. 샤워실 + 화장실도 정말 슈퍼 초 깔끔 깔쌈해서 야무지게 씻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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