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도자 개발 블로그
미국 동부 여행기. 출발 ~ 1일차 (조지아주 - 애틀랜타) 본문
난 내 자신을 세일즈할 무기가 없어서 항상 특수부대 출신인 것을 포인트로 잡고 나를 소개하고는 한다. 특수부대 출신 개발자라니, 유니크하지 않은가. 내가 만약 직원들을 포켓몬처럼 모으는 타입의 대표라면, 한 번쯤은 가져보고 싶은(?) 그런 수식어이기는 하다.
뭐 아무튼 직업군인, 그것도 특수부대라는 환경을 같이 지내온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이 무슨 기이한 인연인지 가장 즐겁게 군생활을 보냈던 시절, 가장 친했고 추억도 많이 쌓아왔던 사람들 중 두 명이 미대륙에 거주하고 있고, 정말 놀랍게도 둘 다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다. 한명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 한 명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 샬럿. 그래서 둘이 가끔 만나서 스파르탄 레이스도 나가고 운동도 하고 사격도 하고 이것저것 취미생활을 즐긴다기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미국 여행을 계획, 실행하고야 말았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위에 말했던 가장 친했고 추억도 많이 쌓아왔던 후임들 중 두 명이 나에게 호주 한달살기를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때 내가 무슨 여유가 없었는지 안갔다. 아마 돈이 없었을 거다. 그래서 나는 못가고 후임 두 명이 갔는데 그게 많이 후회가 됐다. 어차피 돈이 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소중한 것이라는 걸 너무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미대륙으로 여행을 떠나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원래는 작년 말이나 올해 2월로 계획했었는데 작년 말은 연말이 되면 모든 것의 가격들이 올라가고 춥다는 이유로 별로 안좋다고 해서 기각됐고, 2월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전우(?)들도 나도 바빴기 때문에 패스했고 그렇게 4월이 됐다. 13일에 달하는, 거의 1년치 연차를 다 썼는데 이런 장기간 휴가를 윤허해주신 회사와 대표님 인사팀 개발팀 PM PO분들 등등 모두에게 감사인사를 돌린다. 돌아가면 정말 개같이 일해야겠다. 멍멍.
출사표는 이정도로 하고, 사실 출발부터 녹록치 않았다. 일단은 일도 바빴고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많았기 때문에 4월에 예약한 출국날이 다가오기 1주일 전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을 안세웠다 ㅋㅋㅋ. 그냥 되면 되는대로 놀자 그런 생각으로. 사실 안찾아본 건 아닌데 지인들이 거주하는 애틀랜타와 샬럿에서 지낼 때는 그분이 정해준 커리큘럼 + 자유여행 조금만 하면 됐기 때문에 큰 계획이 필요가 없었고, 차후 진행될 스케쥴인 워싱턴 - 뉴욕 코스는 볼 게 너무 많아서 그날그날 저녁 숙소에서 정해도 충분히 일정을 짜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위험한 저녁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근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애틀랜타이고 3일차여서 이 판단이 맞을지는 아마 며칠 후에 알게될 것 간다.
근데 또 직항은 아니고
인천 - 시애틀(경유) - 애틀랜타
코스였다.
그리고 엄청 큰일날 뻔 한 일이 있었는데 시애틀 - 애틀랜타를 잇는 알래스카항공은 24시간 전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날 저녁은 아직 24시간 전이 안돼서 체크인이 불가능했고 결국엔 비행기 타기 전에 웹 체크인을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는데 정말 드럽게 체크인이 안됐다. 그래서 체크인을 계속 시도하다가 유심 수령을 잊었다는 걸 깨달아서 거의 터미널 반대쪽까지 땀나도록 달려서 유심을 받고 다시 땀나도록 뛰어서 비행기에 탔다. 그것도 슬리퍼를 신은채.
아, 그리고 알래스카항공 체크인할 때 정말 중요한 정보가 있는데 알래스카항공 사이트에서 체크인할 때는 E-Ticket번호를 적으라고 하는데 진짜 아무리 열심히 적어도 안됐다. 10자리 혹은 13자리라고 해서 인쇄해간 E-Ticket발급 안내서를 보고 진짜 똑같이 수십번을 따라쳐도 안됐는데 E-Ticket 발급 확인서에 적혀있는 숫자로는 안됐고, 뒤에서 10글자를 끊어서 제출해야했다. 어떻게 알게됐다면 이것저것 다 눌러보다가 내 메일로 E-Ticket 발급 확인서를 전송했는데 앞의 세자리숫자를 제외한 10자리숫자가 내 메일로 전송됐고, 그것을 알래스카항공 사이트에서 입력하자 제대로 처리가 됐다. 24시간 안에 퀴즈풀기도 아니고, 이런 건 좀 제대로 안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9시간이 넘는 비행이었고, 두 번의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둘 다 맛있었다.
경유지인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 촬영한 것이다. 딱 오자마자 뭔가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펼쳐져서 너무 놀랍고 재밌었다. 추적추적 비도 내리고, 영화에서만 보던 5~6층짜리 대형 주차장에 신기한 신호등 모습 등.
여기에서부터 유심을 갈아끼니까 내 미국 휴대폰번호가 생겼고 바로 현지 지인들과 통화가 가능해졌다. 너무 신기하고 편했다. 오랜만에 목소리도 들으니 너무 신기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외국에서 미국 본토에 상륙했기 때문에 입국심사와 수하물을 다시 붙이고 다음 비행기를 탈 준비를 했는데 선물로 준비했던 화장품이 문제가 됐다. 기내에 들고탈 수 있는 용량에 초과됐기 때문에 수하물로 부쳐야한다는 공항 시큐리티의 말을 들었고, 그래서 정말 웃기게도 주먹 두개만 한 박스 하나를 수하물로 붙였다.
하지만 선물로 준비했던 그 수하물, 그 올리브영 당근토너는 다시 나와 만나지 못했다. 흑. 선물로 준비했던 건데 ㅠㅠ..
아무튼 뭔가 초 급전개되어서 애틀랜타까지 도착 뿅 한다음에 만난 전 후임 현 동생이다. 공항까지 픽업을 해주었다.
그렇게 픽업해서 집으로 가는 와중에 와플하우스에서 들려서 산 세트메뉴이다. 뭔가 감자를 조사서 튀긴거랑 베이컨치즈토스트.
딱 "미국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에이스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저 칙필레 소스. 미쳤다. 뭐에 홀린듯이 뿌려먹었다.
그리고 와플하우스 직원 눈빛이 이상했는데 동생이 그걸 보더니 마리화나 피는 애라고 하더라. 그리고 주문을 받고 뒤를 돌아서 그릴에서 요리를 하는데 등에 칼을 차고 있더라. 덜덜... 너무 무서웠다. 옆 테이블에서는 먹다가 주무시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 정말 미국에 딱 처음에 와서 느꼈던 것은 "무섭다"였다. 내가 엄청 무력하고 작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자기를 방어할 수단이 없으면 정말 무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아무튼 도착시간이 거의 오전 00:00이었고, 수하물도 찾고 음식도 포장해서 동생의 집에 도착하니 거의 1시가 넘었다. 그래서 이날은 바로 끝났다.
그리고 이곳은 동생이 준비해준 방이다. 너무 깔끔하고 좋아서 또 갬덩.. 아무튼 그렇게 첫날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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