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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해커와 화가 - 폴 그레이엄 (2004)

규도자 (gyudoza) 2022. 7. 6. 18:34

해커와 화가 - 폴 그레이엄 (2004)

얼마 전에 썼던 '엘릭서(Elixir)라는 약을 팔아보자(https://this-programmer.tistory.com/514)'라는 글에서 언급했던 그 책이다. 세계 최대 VC중 하나인 Y-Combinator를 창업한 사람이 약 20년 전에 썼던 책이다. 물론 지금 보기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야만 납득해야하는 것들이 꽤나 있다. 예를 들면 폴 그레임의 학창시절에 대한 내용이라던가, 미국 예외주의적인 발언 등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저라고 소문이 자자한 이유가 있다. 살아남은 VC는 View를 갖고 하는 엄청난 고위험 투자의 전문가들이다. 전문가가 아닌 VC들은 다 망했다. 그런 폴 그레이엄의 View를 옅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폴 그레이엄이 해당 저서에 기록한 것들 중 실체화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이커머스의 흥행, 기술발전은 곧 엄청난 비효울성을 담보로 사람(프로그래머, 유저 모두) 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 고수준 프로그래밍 언어의 보편화 등등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적어도 이것들이다.

 

하지만 그와중에서도 기억이 특히 남는 건 바로 "도덕의 트렌드"를 다룬 부분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대충 요약해보자면

도덕성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향유하는 문화 같은 것이라서 도덕적 관념 또한 유행처럼 흥망성쇠가 존재한다

 

이것이다. 과거에 당연했던 신분제나 마녀사냥, 노예제도, 짐 크로 법 같은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도덕적 관념들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이것들이 우리가 지금 보면 말도 안되듯이 지금 우리 세계에도 미래인들이 보면 말도 안 될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대한 글도 다른 챕터에 있다. 나는 이걸 보면서 지금 지구를 뒤덮고 있는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대한 것들이 생각났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지금으로선 판단할 수 없다. 다만 폴 그레이엄의 말을 빌리자면

아름다운 것은 퍼지고 못난 것은 사라진다

 

이 말은 도덕적 관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심미적인 관점에 대해서 말한 부분인데 사실 모든 것들에 적용할 수 있는 논리인 것 같아 인용해보았다. 결국 남는 쪽이 옳았다는 게 된다.

 

 

이것 말고도

"인터넷에서 실행되는 어플리케이션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그 거대한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결국에는 웹 어플리케이션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는 언급도 있는데 이 역시도 그의 예측이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라는 강력한 도구들이 클라우드 저장소와 함께 웹에서 완전히 지원되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그림을 그렸었는데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라는 책을 보면서 왜 인간은 보는 그대로를 종이에 옮겨담을 수 없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거기서 얻은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람이 그리는 그림은 현실세계의 반영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반영이라는 것이었다. 적당한 위치에 있는 점 두개와 직선 하나만 있어도 사람의 얼굴:)로 인식하는 뇌의 작용과, 실제 얼굴을 보고 손으로 그리기 위한 뇌의 작용을 무의식적으로 똑같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게 책의 요지였는데 폴 그레이엄이 해당 책과 동명인 "해커와 화가"라는 챕터에 쓴 글들을 읽어보면 이러한 인지과학적인 사실들이 많이 반영돼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전혀 관련 없는 두 분야에서 봤던 두 권이 책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폴 그레이엄이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를 읽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두 책에서 말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본다고 보는 게 아니라 보고 해석하고 이해해야지만 제대로 보는 것이다

 

다른 책에서 알게 된 것을 또 한 번 확인받는 기분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폴 그레이엄이 보고 있는 관점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책이라고 해야하나. 전에도 말했듯이 권위에 안심하고 기댈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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