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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작은 기록

규도자 (gyudoza) 2025. 1. 28. 22:31

마지막 글인 2024년 5월 5일로부터 약 8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에 새로운 글을 쓴다. 새해가 밝았기도 하고, 몇 안 되는 주변의 내 블로그 팬들로부터 글 독촉을 받아서. (고맙다)

 

 

뭔가 기록할 만한 것들이 있다면 최근 3개월 정도의 감상이 있겠다. 작년 11월, 그러니까 2024년 11월부터 어차피 이제 새해가 멀지 않았으니 새해 다짐하면서 사는 것처럼 살아야겠다 싶어서 좀 더 일찍 새해를 시작했다. 코인 시장이 활기를 가져감에 따라 퀀트 프로그램을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고, 조금 허술하게 다니게 됐던 운동을 좀 더 열심히 다니게 됐다. 딱 그정도.

 

퀀트

하지만 역시나 퀀트는 오래 가지 못했고 결국 손을 뗏다. 저번에도 썼지만 나는 진짜 이거랑 안맞는 사람 같다. 일단 돈을 벌었냐 한다면 벌었다. 근데 너무 귀찮고 싫었다. 내가 게임 한 판을 하면 퀀트로 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근데 계속 거기에 묶여서 그래프를 보고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노력하는 게 좀 괴로웠다. 이게 어쩔 수가 없는게 하면 벌리니까 계속 하게 되고 일상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영화 작전에서 악역들이 종업원에게 엄청난 양의 술을 따라놓고서 "이거 다 먹으면 몇천만원 줄게"하면서 사람을 괴롭히는 모습이 오버랩됐다. 결국 그 종업원은 돈을 얻기 위해 그 술을 먹지만 그 행위를 과연 온전히 자의에 의한 행위라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발끈하는 주인공에게 악역이 얘기하듯, 아무도 그 종업원에게 그런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시키진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보상때문에 고통을 선택한다.

 내가 퀀트를 할 때도 계속 이렇게 되는 것 같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내가 스스로 하는 건데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잠을 안 자고, 패러미터를 조절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그래프들을 계속해서 추가해 나간다. 왜냐. 벌리니까. 근데 결코 유쾌하지 않다. 다시끔 이런 경험들을 하고 또 똑같은 감정들을 느끼면서 역시 나는 돈이 첫번째인 인간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또 퀀트는 안하고 있다.

운동

운동은 작년부터 다시 시작해서 최고의 성과를 본 가장 훌륭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운동 루틴은 특별하지 않다. 회사 점심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짧으면 30분, 길면 50분정도의 운동을 한 뒤에 씻고 삼각김밥 하나를 먹고 보충제를 타먹는다. 이것이 전부다. 절대 부담스럽지 않고, 힘들지 않고, 퀀트처럼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앗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간의 인바디 그래프를 보면 괄목할만 한 성과는 있었다. 골격근량은 그대로인 채 약 6kg의 체중이 감량한 것. 그러니까 체지방만 줄었다.

 내가 모델도 아니고 생긴 걸로 누군가에게 행복이나 가치를 창출시켜야 하는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 나를 위해 천천히 빼고 있다. 식단조절도 딱히 안했다. 이따금씩 야근할 때는 12,000원 짜리 치킨을 포장해서 먹고 lck와 롤드컵 결승전 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존스페이버릿 피자 패밀리사이즈 골드링으로 엑스트라소스 해서 갈릭디핑소스와 함께 마구마구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이 막 찌진 않았다. 그러니까 체중 그래프를 일종의 주식 그래프처럼 생각한다면 천장이 낮아지는 쇠퇴업종의 그래프로 보인다.

 정말 예리한 사람들은 나의 이 아주 느리고 점진적인 변화를 눈치채고 살이 빠졌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덕분에 운동하는 데 훨씬 더 힘이 났다.

 

그리고 특히 요즘은, 운동을 그만 뒀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어느정도의 레퍼토리가 있는데, 어떤 큰 마음을 먹고 덜컥 큰 금액을 내서 PT를 끊었는데 너무 힘들고 귀찮고 PT쌤이 자꾸 부르고 연장을 요구해서 그 모든것에 너무 지쳐 아예 천천히라도 했던 운동을 아예 끊어버리게 됐다는 케이스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입장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도움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은 "힘을 빼라"는 것이다. 운동의 극의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처럼 어떤 습관의 극의 또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나도 쉬는 날에는 게임 다섯개를 돌려가면서 껐다 켰다 하면서 낮잠도 자고 피자도 시켜먹고 치킨도 시켜먹는 게으른 인간이다. 하지만 뭔가 습관화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나를 일종의 공정에 들어가는 제품처럼 생각해서 컨베이어 벨트를 짠다. 공수훈련을 받을 때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걱정이 들고 걱정이 들면 뛸 수가 없다. 그냥 발목을 튕군다는 느낌으로 뛴다. 마찬가지로 지독하게 하기 싫은 게 있다면 그래도 싫은 수준에서 해볼만한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이 PT를 받는 건 역효과가 나는 최악의 선택일 수 있다.

 하루의 치기어린 8시간 운동이 사람을 바꾸진 않는다. 그 8시간을 얇게 펴발라서 힘들지 않게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끔 드는 한 해였다. 이런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또 T스럽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또 조언을 해준다. 올해도 계속되지 않을까.

영어공부

스픽으로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연속 출첵을 약 200일 가량 채웠지만 바빠서 한번 삐끗한 이후로는 한 번도 안들어가서 돈만 내고 있다. 공든탑은 높을수록 더 처참하게 무너지더라. 이 Streak을 다시 쌓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아니 다시 할 엄두가 안난다.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은 작년에 아이패드를 구매했는데 이걸로 스픽을 해보니 없는 기능이 있더라. 진짜 중요한 리뷰라는 기능인데 이 기능은 안드로이드에는 없고 iOS에만 있다. 반복학습으로 망각곡선을 완만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인데 가격도 아니라 OS별로 기능에 차이를 두니 참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게임과 연계한 어떤 그 종합적인 감상

내 인생의 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 연휴에 게임을 진짜 많이 했는데 이제 약간 질리는 시점도 오는구나 싶었다. 신기하다. 내가 게임이 질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니까, 유튜브를 보기 위해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업무가 바쁘면 유튜브를 못보는데 내가 보는 유튜브가 침책맨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2달치가 밀려서 11월 거를 보고 있다.

 더불어 영어공부 겸용으로 읽을 거리가 많은 게임들은 항상 게임을 영어판으로 두고 하는데 이제는 딱히 이게 도움이 되는 레벨은 지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했던 미뤄뒀던 게임들이 검은신화 오공(이건 중국어로 플레이), 사이버펑크 팬텀 리버티 할인해서 처음부터 팬텀 리버티까지 클리어, 킹덤컴 딜리버런스, 발더스 게이트3, 리그 오브 레전드, 패스 오브 엑자일2인데 다 뭔가 시대상을 나타내는 단어만 달랐지 막 이제 공부하는 데 엄청 도움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제는 더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려면 뭔가 말을하거나 글을 쓰거나 해야할 것 같다. 그래서 영어로 유튜브 강좌를 만들까 계획 중이다. 나도 영어공부해서 좋고, 강의를 보는 사람들도 유익해서 좋고.

블로그를 안쓰게 된 이유

가장 큰 이유는 GPT때문이다. 위에 유튜브 강의의 목적을 썼던 것처럼 나도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블로그들을 작성했었는데(과거 활발했던 시절) 현재는 GPT가 대부분의 일들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해주기 때문에 큰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일종의 에세이를 쓰는 공간으로 변했는데 이제는 직장도 안정적이고 고통도 적으니 뭔가 그런걸 적고자 하는 마음도 안생기는 건가 싶다. 전쟁이나 기근 등 어떤 재난에 휩싸일 때 인류의 명작들이 많이 나오듯이 내 삶에 있어서도 격동기가 지나갔기 때문에 하고 싶은 얘기가 적어진 걸수도 있겠다. 소크라테스의 감상을 빌려, 일종의 "배부른 돼지"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요즘은 GPT에서 얻기 힘든, 아예 동영상 강의나 만화 등 창작쪽으로 생각 중이다. 시간은 그냥 있어도 흐른다. 결국 나중에 돌아보면 당시 했던 게임 한 두 판은 숫자로만 남지만 이런 것들은 내 삶의 어떤 체크포인트 같은 것들로 남아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됐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올해도 잘 살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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