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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고쳐 앉기

규도자 (gyudoza) 2023. 7. 2. 14:12

내가 항상 주변인들에게 3천억 질문을 하는 이유가, 내가 그게 없어서 물어보는 것이다. 관련 포스팅을 예전에 한 적은 있는데(https://this-programmer.tistory.com/532)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냥 내가 현재 가진 모든 고민, 그리고 미래의 모든 고민이 해결됐을 때 3,000억이 주어진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냐는 게 질문의 취지이다.

 

 

아무튼 3,000억 질문을 다른 사람들에게 막 하듯이 요즘에도 난 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잘 모르겠어가지고 스스로 자문자답하고는 한다. 근데 마침 이번주에 뭔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고, 주변인들과 이것과 관련해서(무엇이 되고 싶은 지) 얘기를 나눠보니까 어느정도 희미한 가닥이 잡혀서 기록해두려 한다.

 

 

나의 고민은 내가 궁극적으로 되고 싶은게 "개발자"인지 "기업가"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일단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레벨은, 개발자라면 글로벌 빅테크에 가는 것, 기업가라면 큰 물에서 노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이 자세는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데에 있어서도 커다란 차이를 야기한다.

 내가 개발자의 길에 좀 더 치중하고 있다면, 무조건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을 일부러 써가면서 숙달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얼마나 어렵든 말이다.

 하지만 내가 기업가의 길에 좀 더 치중하고 있다면, 새로운 기술은 제껴두고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한다. 사이드를 끝내도 딱히 개발적으로 더 발전하는 것은 없다.

 여기에서 만약에 내가 돈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면, 계속해서 퀀트나 트레이딩을 했을 것이다.

 

항상 지금 내 직장과 관계 없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 할 때 이 두가지 가치가 상충한다. 보통은 전자, 그러니까 "개발자로서의 나"에 좀 더 치중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go도 써보고, rust도 써보고, svelte와 ts를 공부하면서 k8s cluster나 argoCD, 그리고 최근에는 모노레포에 관심이 생겨서 PantsBuild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구축해서 써보기도 하는데, 그러니까 작은 프로젝트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을 일부러라도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쓰고는 한다. 만약에 내가 모든 프로젝트들을 기업가의 입장에서 시작했다면 빠른 MVP출시와 사용자 반응을 보기 위해 전부 Django로 제작했을 것이다.

 거기에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상관이 크게 없는 CS나, Algorithm, AI에 쓰이는 기술들에 대한 공부나 구현 등을 하곤 하는데... 이걸 봤을 땐 누구보다도 난 좋은 개발자를 향해서 가는 것 같아 보인다. 근데 항상 누군가가 내 궁극적인 목표를 물어보면, 그것은 좀 더 기업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바로 이 모순점이 내 고민의 근원지이다.

 

 

바로 얼마 전에 깨닫게 되었다. 이 모순이 왜 발생하는가. 누구보다도 기업가가 되고 싶으면서도, 누구보다도 좋은 개발자가 되려고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공부하는 이 나의 작동양상은 바로 컴플렉스에 기반한 것이었다. 나는 이렇다할 학력도, 경력도, 이력도 없다. 보여줄 게 실력밖에 없는데 실력을 보여주려면 일단 후킹포인트가 필요하다. 그것은 보통 학력이나 경력이 된다. + 개발자는 거기에 오픈소스라는 수단이 더 있기는 하다.

 그래서 내가 실력과 경험을 쌓아 좋은 개발자가 되어 누구에게나 "나 어디 출신이오"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회사를 간 뒤에, 내 컴플렉스를 어느정도 수습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을, 타인들이 갖고 있을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을 나 스스로가 잠재우고 싶어서 내가 세운 기준에 걸맞는 내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소위 "진짜"라고 할 수 있는 기준에 들어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정한 기준이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좋은 개발자가 되려 하는 것의 원동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개발 그 자체가 너무나도 재미있다.

 

 

아무튼 그래서 나 스스로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할지는 어느정도 정해졌다. 생활양상은 바뀔 것 같진 않다. 직장, 공부, 운동, 가끔씩 여가.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좀 더 확고히 가져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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