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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

규도자 (gyudoza) 2021. 4. 9. 15:33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지금은 게임을 하고 있진 않지만 언젠가 또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면 나는 바로 하게 될 것이다. 그정도로 내 인생에 있어서 게임은 당연할 뿐더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일 많이 했을 때는 잠도 자지 않고 38시간 동안 연속으로 한 적도 있었고, 하지 않을 때는 수년동안 단 한번도 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이렇게 게임을 좋아하면서도 휴지기와 몰입기를 간헐적으로 가지면서 나이를 점차 먹다보니 왜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지 알 것 같더라. 그래서 그 고찰의 결과를 적어두려 한다.

 

 

1. 게임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즉각적이다.

현실과 다르게 게임에서의 노력은 보상으로 바로 귀결된다. 게임에서 스킬을 찍으면 바로 강해지고 물약을 먹으면 바로 체력이 차고 퀘스트를 깨면 바로 보상을 받는다. 반면 현실은 다르다. 일을 해도 일정 단위기간마다 급여가 들어오며, 커다란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성과급이라는 형태로 보상받을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바로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빠지며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도 시험을 망칠 수 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현실의 세계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 확률적이며 지연적이다. 시험공부를 한다고 시험점수를 높게 맞을까? 아니다. 높은 시험점수를 받을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주식공부를 한다고 주식시장에서 돈을 딸까?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딸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 현실에서의 노력은 절대로 그 보상이 직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시험날에 설사 때문에 시험을 망칠 수도 있고, 오전회의로 인해 손절치지 못한 주식이 하한가를 칠수도 있다. 개인의 노력은 외부환경에 무자비하게 휘둘린다.

 반면 게임에서의 노력은 직관적이며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몬스터를 때려잡으면 캐릭터가 레벨업하고, 스킬을 찍으면 강해지고, 승부에서 이기면 높은 등급으로 올라간다. 노력에 대한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보상. 그것이 사람이 게임에 빠지게 하는 첫번째 이유이다.

 

2. 객관성.

이것도 1과 비슷한 이유이다. 바로 자신의 척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킬을 찍으면 그 스킬이 점점 강해지고, 스탯을 찍으면 캐릭터가 점점 강해지는, 그러니까 캐릭터의 '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가시적이다. 이것은 보통 순위나 데미지, 랭크점수라는 많은 이름을 가진 숫자형태로서 자신과 자신의 캐릭터를 객관화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현실에는 이런 지표가 없으므로 비슷한 지표, 성적표나 경력, 성취 등등을 활용한다. 이는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가치가 바뀌므로 게임보다 객관화가 쉽지 않다.

 

 

현실보다 게임이 매력을 가지는 부분은 위 두가지가 아닌가 싶다. 물론 요즘 핫한 이슈인 랜덤성 같은 경우엔 실제 삶에도 적용이 되니 쓰진 않았다.

 나도 저 부분에서 많은 걸 느끼는게 만약에 나한테 누가 "정확히 팔굽혀펴기 ----개를 하면 근밀도가 --만큼 올라가고 몸무게가 --만큼 줄고, 알고리즘 문제를 ---개 정도 풀면 --사 레벨의 코테 문제는 통과할 수 있을 거야!"라는 정확한 지침을 주면 아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일종의 사이비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이런 거겠지? 하지만 이런 건 만들 수 없을 뿐더러 존재할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쩌면 평생 이룰 수도 없는 목표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걸수도 있겠고, 그 긴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지친 사람들에게 게임이 이러한 성취를 주기 때문에 사람이 게임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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