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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실패로부터 배우다

실패로부터 배우다 - 7. 完: 실패는 실패다

규도자 (gyudoza) 2021. 7. 10. 21:24

뭐 아무튼... 이것으로 실패 시리즈를 끝내려고 한다. 정말 실패를 많이 하기도 했다. 맨날 주변 사람들에게 "실패는 여러번 해도 되지만 성공은 한 번만 해도 된다"라는 나의 성공론을 논파하긴 했지만 막상 직접 이렇게 실패의 실패만 거듭하다보니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조급해지고 몰리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실패일기를 썼으니 성공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는데 컨텐츠가 모자라다. 내가 겪을 실패들은 하나하나가 내 인생에 궤멸적인 파괴를 불러온 것에 반해 내가 해낸 성공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토익점수, 정보처리기사 등...)이기 때문에 비교하기에도 민망하다. 소위 성공의 기준에 들어가는 것들(유튜브, 투자활동)도 결국엔 실패로 내동댕이쳐졌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실패뿐인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어렸을 적에 디스커버리채널에서 방영했던 베어그릴스의 자연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했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냐면 방향을 특정할 수 없는 초원에서 한쪽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베어그릴스 선생님이 설명해주신 방법이 있는데 그걸 설명해보고 싶어서이다. 일단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자신과 그 방향 기준 왼쪽에 있는 나무 하나를 정해서 걸어간다. 그리고 다음엔 걸어가는 방향은 유지한 채 자기 기준 오른쪽에 있는 나무 하나를 정해서 걸어간다. 이걸 반복하다보면 아무런 방위를 특정할 수 없는 곳일지라도 오래걸릴 지언정 본인이 애초에 계획했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시행착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뭔가 꼭 이렇게 실패 뿐인 경험 뿐이더라도 내가 훗날 도착하게 될 곳의 자양분이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것도 슬슬 과거형으로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도착하게될 곳이 시궁창이라면 지금 내가 겪은 실패들과 좌절들은 결국 나를 갉아먹은 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궁창에 반신욕정도 하고 있지만 만약 정말 정수리까지 잠기게 된다면 시행착오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자성어가 될 것 같다.

 

결국 결과론적인 얘기다. 심지어는 최근에 "니가 뭘 열심히는 해봤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곱씹을수록 가슴이 찢어지는 말이지만... 근데 내가 만약 이중 어느것에 성공했다면 이런 얘길 들었을까. "열심히 살더니 결국 해냈구나"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성공한 노력은 열심이 되고 실패한 노력은 헛짓거리가 된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저 한마디로 인해 "헛짓거리", 혹은 "대충 한 일"이 됐다. 뭐, 훗날 성공하게 된다면 이 헛짓거리들이 자양분이 되겠지만 그런 날이 올까 모르겠다. 이 헛짓거리들을 의미있게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아직은 모르겠다. 예전엔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싶고 그런 게 있었는데 실패의 기분을 학습하다보니 엉덩이가 점점 무거워진다. 성공도 습관이라는 말이 있는데 애초에 성공을 못해본 사람은 성공이라는 것이 가시권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기분을 느껴본 적도 없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 썼던 임내력이라는 포스팅에 있던 얘기랑 비슷하다. 노력하고 인내한 뒤에 성공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맛봐본 사람만이 노력하기가 점점 쉬워진다.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라는 체득된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내가 뭔가 잘 풀려서 성공하면, 위에 "니가 뭘 열심히는 해봤냐?"고 했던 사람은 이럴 것같다.

 

"거~ 봐라! 열심히 하니까 결국 해냈잖아!"

 

헛짓거리로 격하시킨 내 노력의 순간들을, 나라는 인간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그 가치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말이다.

참 좆같은 인생이다.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그냥 자위나 합리화인 것 같다. 실패는 실패다. 치명적이고 고통스러우며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갉아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는 다음 도전을 기약할 것 같다. 그리고 또 실패하게 됐을 때, 이 시리즈의 넘버링이 8부터 다시 쓰여질 것이다.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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