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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로 텍사스 홀덤을 시작했다. + 시작하게 된 이유

규도자 (gyudoza) 2019. 11. 1. 15:10

새로운 취미로 텍사스 홀덤을 시작했다.

책이나 영화, 그런 것들은 으레 하는 것이고 롤 등으로 채워놨던 게임에 대한 부분을 텍사스 홀덤으로 채웠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 텍사스 홀덤에 관한 것들도 같이 올릴 예정이다.

 

 롤... 롤이라는 게임에 참 추억이 많다. 난 북미서버 때부터 롤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다. 2010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한국 서버가 없으니 당연히 북미서버를 애용했다. 일반적으로 KT회선을 쓰면 100대의 핑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고 다른 통신사 회선을 쓰면 500대의 핑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집은 가족들이 전부 LG Uplus로 묶여있어서 인터넷도 당연히 유플러스였고 그렇게 500대의 핑으로 게임을 했다. 그러던 와중 VPN을 이용해 국내 모 대학교 사설망을 이용하면 핑이 낮아진다는 걸 발견하여 그렇게 100대의 핑으로 게임을 했었고, 영어회화도 참 많이 배웠다. 그당시에 롤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렇게 커질 줄 알고 있었다. 투자도 하고 싶었는데 외국계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 수 있을만 한 나이도 아니었도 결정적으로 돈도 없었다.

 그렇게 올해 롤이 10주년을 맞이했고 나 또한 롤 경력 10년을 맞이했는데 1만시간의 법칙? 그거 다 구라다. 사람은 재능과 유전자와 환경의 산물이다. 난 10년 넘게 골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 시즌에 거진 천 판 씩은 했던 것 같은데 플레 승급전은 항상 몇 번씩 가도 떨어졌다. 하지만 전 그리핀(롤 이스포츠 팀) 감독 김대호(CVmax)라는 사람이 있는데 챌린저를 롤 시작한지 한 달만에 찍었다는 것이다. 와우! 난 10년 넘게 플레 이상 가보지를 못했는데. 그렇다. 1만시간의 법칙 그런거 다 구라고 노력할 줄 아는 것도 다 타고난 성향이며 노력은 절대 타고난 기질을 이기지 못한다. 그렇게 나는 롤 빡겜을 접었다. 근근히 플레승급전에는 도달하였지만 역시 통과는 안됐다.

 무엇보다 난 롤 중독자다. 최장 38시간동안 롤을 한 적도 있고(20시간 한 시점에서 지면 꺼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18시간동안 지질 않았다) 매년 랭겜 천판 이상씩을 하니까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아서 항상 아이디를 지웠는데 얼마가지않아 다시 만들게 되고 또 게임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했다. 그래서 또 계정을 지웠다. 지른 캐쉬고 나발이고 내가 스스로 자제를 못하니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아이디 만들고 지우는 게 거의 연례행사이다. 내가 주로 쓰는 아이디가 jujumilk인데 jujumilk와 jujumilk1~7, 그리고 jujumilk33, 333까지 다 계정생성이 불가하다. 라이엇에서는 소환사명과는 별개로 한번 만들었던 아이디로 똑같이 아이디를 만들 수가 없는데 그동안 내가 몇 개의 아이디를 만들었다가 지웠다가 반복했는지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는 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롤을 접었다. 일단은. 다시 시작할지는 미래의 나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근데 이제 롤을 접은 만큼 어느정도는 그부분을 채울 것이 필요했고 차선책은 하스스톤이었다.

 

 하스스톤도 오래 했다. 클베때부터 했고 그때 과금하면 주는 황금 겔빈 멕카토크 카드까지 있다. 2015년 탐험가 연맹 확장팩때까지 꾸준히 했고 기계법사로 3등급까지 가봤다. 전설이 목표였는데... 현재 통계상 이것도 골드랜다. 골드골드 지겹다. 아무튼 그땐 오만 원이라는 거금으로 카드덱까지 사고 꽤나 열심히 전략을 짜고 열심히 해봤는데 나보다 늦게 시작한 친구는 전설을 찍고 나는 못찍었다. 아. 그냥 나는 게임을 못하는 구나 싶었다. 열심히 하는 거랑 상관이 없다. 그냥 난 게임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무렵 납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롤의 빈자리를 하스스톤으로 채울까 했더니 내가 하스스톤을 접게 된 계기, 정규전과 야생전이라는 개념이 발목을 잡았다. 2016년부터 도입된 시스템으로 오래된 특정 카드들을 못쓰게 하는 대규모 패치라고 보면 된다. 아무튼 이것 때문에 주기적으로 카드덱을 구입해야만 등급전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게임사의 특성상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하스스톤은 매직 더 개더링 처럼 출판물이라 수정이 불가한 게 아니고 데이터 변경을 통한 밸런스 패치 등이 가능한데 굳이 이런시스템을 차용하여 주기적으로 돈을 써야만 비등비등한 게임이 가능하게 됐다. 일종의 Pay to Win게임이 됐다고나 할까... 그래서 처음에는 일일퀘스트를 매일매일 완료하여 수천골드를 모아 확장팩이 발표될 때마다 수십개의 카드덱을 사고 마법가루를 조합하여 필요한 덱들을 만들었지만 카드뽑기가 아닌 모험으로 얻어야 하는 카드는 모험팩을 사야만 할 수 있었다. 물론 연출도 재밌고 게임도 재미있지만 주목적은 해당 모험을 클리어함으로써 얻는 카드이기 때문이고 이건 골드나 가루를 모아 충당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기에 여기에서 그만뒀다. 내가 결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사는 건 별 생각 없었는데 (롤 스킨 같은 경우) 하스스톤은 이기기 위해선 반 강제적으로 주기적인 금액을 투자해야하는 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에 마음이 꺾였다. 정도 떨어졌다.

 

 난 돈 한 푼 안 써도 승부에 아무 지장이 없는 롤을 사랑하지만 롤이 나를 사랑하지 않고, 또 내 사랑이 절제가 되지 않는다. 롤 프로게이머가 되는 꿈까지 꿨을 정도이니. 하스스톤은 사랑까진 아니지만 좋아는 했다. 하지만 난 강제적인 걸 정말 싫어한다. 그게 느슨하든 빡빡하든. 그래서 정이 떨어졌다. 그래서 붕 떠있다가 문득 카드게임이라는, 하스스톤과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홀덤이 생각났고 원사운드님이 그린 하우스 홀덤이라는 만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났다. 사실 게임보다는 현실적이고 정이 갔는 캐릭터 설정 때문에 재미있게 봤던 거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가 그걸 봤을 당시에는 수개월에 한 화씩 연재가 되어 그냥 묵혀뒀는데 완결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고 순식간에 완독했다. 그리고 롤의 빈자리를 텍사스 홀덤으로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세대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홍진호도 현재 포커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고, 효자테란 베르트랑도 포커플레이어로 전향하여 큰 상금을 거머쥐었다. 거기에 관심이 생겨 많은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캐쉬게임은 진짜 도박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상금을 걸고 하는 토너먼트는 일종의 칩을 자원으로한 게임에 가까웠다. 과금도 필요 없고 패치마다 메타가 바뀌지도 않는다. 약간의 계산능력과 따라오게 꼬리를 흔들거나 혹은 허세를 부리는 타이밍, 그리고 약간의 심리만 읽을 줄 알면 무리하지 않고 지속해서 딸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재미를 느꼈다.

 

 홀덤을 도박이 아닌 일종의 스포츠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관심과 집중도를 받기 시작하고 골프대회처럼 상금규모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포커 중계 방송사와 스폰서들이 점점 들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약간이나마 알게 됐다고나 할까. 그리고 롤을 맨 처음 시작할 때 어렴풋하게 느꼈던 기분, "아 이건 한국에서 대박난다."하는 느낌이 홀덤을 하면서 한번 더 느껴졌다. 임요환과 홍진호 같은 사람은 스타크래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선구자다. 지금의 수십억대 연봉을 구가하는 프로게이머들? 우리나라 1세대 프로게이머들과 방송사, 그리고 스태프들이 일궈낸 것이다. 그런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실제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이 강원랜드 밖에선 불법이고, 인식도 좋지 않고, 심지어 해외를 나가도 속인주의로 인해 불법이지만 그냥 칩을 걸고 해도 재미있다. 그냥 롤이나 하스스톤 같은 게임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인식 또한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겪었던 것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 홀덤은 도박보단 전략게임에 아깝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돈도 딸 수 있고 혹은 잃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근데 난 쫄보라 현금을 걸고 하는 거엔 관심이 없다. 할 돈도 없고.

 아무튼 그래서 텍사스 홀덤을 다음 취미로 갖게 됐고 꽤나 재미있게 임하고 있다. 예전에 하루죙일 롤을 해도 풀리지 않던 그런 게 하루 한두시간 정도면 풀린다. 그리고 나중에는 프로그래믹하게 풀어보기도 할 예정이다. 트럼프카드로 하는 놀이라는 것 그 자체는 도박이라는 불건전함을 내포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다소 내 삶이 건전해졌다고나 할까. 족보를 외우고 확률을 계산하고 게임도 하지만 롤이나 하스스톤을 했던 때보다 더 적은 시간을 쓰고 나머지는 훨씬 생산적인 일에 쓰게 됐다. 하루에 충족해야하는 행복감도 어느정도 만족되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텍사스 홀덤을 진지한 취미로 시작했다. 좋은 자료나 개인적인 연구, 프로그래믹하게 풀어낸 텍사스 홀덤 등에 대해서 블로그에 좀 더 기고할 예정이다. 기쁜 마음 + 자신을 돌아보려는 기회 삼아, 일기장 삼아 남겨보았다.

 나는 홀덤 말고 세븐포커나 바둑이, 하이로우, 바카라 같은 게임은 모른다. 홀덤밖에 모른다. 애초에 고도리나 섯다 같은 것도 하면서 재미를 느껴본 적도 없고 애초에 마음이 풍족하지 않아 도박 같은 거에 모종의 공포를 느낀다. 거기에서 약간 선을 잘 긋고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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