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규도자 에세이 (21)
규도자 개발 블로그
요즘 이런 개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시간의 밀도. 물리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느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얘기다. 단순히 말하자면 이렇다. 손흥민이 지나온 시간의 밀도는 금괴와 같이 밀도있고 빡빡한 반면 내가 지나온 시간의 밀도는 헬륨과도 같다. 뭐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원인 시간을 누구는 빡빡하게 잘 쓰고 누구는 나처럼 헐렁헐렁 설렁설렁 쓴다. 사실 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땐 잘 모른다. 근데 지나오고 나면 "어? 왜이렇게 뭐가 없지?"하는 생각에 빠진다. 특정 사건마다 오토 세이브가 되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캐릭터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슷한 시간을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밀도가 촘촘한 캐릭터는 세이브 파일이 많을 것이고, 나처럼 시간의 밀도..
광고와 인식 오래된 표현이지만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있다. 정보가 차다 못해 넘칠 지경에 이른 지금의 세태를 뜻한다. 근데 요즘은 이것도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싶다. 실로 '정보의 해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들이 온갖곳에 넘친다. 그 중에는 타의로든 자의로든 보게 되는 광고라는 게 있다. 나는 사실 광고의 효과에 대해서 잘 몰랐다. 어떤 물건을 광고를 보고서 산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아니었다. 난 광고에서 본 수많은 물건들을 사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신제품 피자나 햄버거라던가, 새로 나온 기술 서적이라던가, 온라인 컨퍼런스라던가 강의 등등. 내 관심사가 이쪽에 쏠려있기 때문일까, 이런 종류의 광고만 배너에서 발견되곤 한다. 그리고 난 실제로 여기에서 보게 된 수많은 제..
골드형 인간 요즘의 나를 성찰하면서 떠오른 말이다. "골드형 인간" 일단 골드가 주는 이미지만큼 좋은 뜻은 아니다. 이런 말이 있다. 어중간한 재능은 오히려 저주와 같다고. 내 삶이 전반적으로 그랬다. 무얼 하든 쉽게 보통 이상의 성적과 성과를 낸다. 하지만 성장이 안 된다. 마치 굳어있는 금처럼 말이다. 언어는 감정에 색칠을 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했던가. 이 말을 떠오르기 전까진 인지하고 못했지만 "골드형 인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정립하자마자 정말 신기하게 내 삶 모든 부분이 이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고등학교때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할 때였다. 나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중상위권의 성적을 냈다. 한 친구는 내게 13연패 가까이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
내가 얼마 전에 서평을 남긴 책이 있다. 바로 '초예측'이라는 책이다. 맨 처음에는 독특하고 한번에 알 수 있을 법한 책 제목에 확 끌렸는데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니 바로 이 '초'라는 접두어를 남발하고 있더라. 한옛날에 '바보는 항상 ~만 한다'라는 제목 열풍에 이어 이번에는 접두어에 '초'를 붙이는 게 유행인가 싶다. 나는 이런 이유모를 유행에 일단 반감부터 갖게 되는 성격인지라 이제는 이상하게 접두어에 뜬금없이 '초'를 붙인 것들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알라딘에 '초'로 검색을 해보니 최상단에는 초예측이 뜬다. 초예측의 원제는 SUPER-FORECAST이다. 그야말로 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데 내가 오늘 들린 영풍문고에서는 최소 세네권의 책들이 앞에 접두어로 '초'를 달고 있었다. 아직 많이 ..
오직 자신없는 사람들만 의도로 평가받길 원한다. 어디에선가 봤던 말인데 너무나도 공감가는 말이라 적어뒀다. 요즘 정치적 올바름이다 뭐다 해가지고 어떤 창조물이든 창작물이든 결과물을 막론하고 못배워 쳐먹어서 우리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느니 뭐라느니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역전된 듯한 것들을 많이 봐와서일까. 의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단 '기본'은 갖춘 상태에서 지껄인다면 모를까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진짜 마스터피스라고 불리우는 작품은 딱히 저렇게 의도에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키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중에 숨겨진 의도를 깨닫고 더 감탄한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의도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결과물을 감추려고 의도라는 방패로 감싸는 것이다. 왜냐. 의도라는 것은 그 어떤 신성..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더 와닿을 수 있겠다. 사람은 모듈이 아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가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세상에는 자신에게 완벽한 자리도 없을 뿐더러, 자리에 완벽한 사람도 없다. 이 자리라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위치'의 개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세상에 완벽한 팀은 없다. 완벽을 추구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결국엔 누군가 모양을 깎아서 모듈끼리를 걸맞게 하는데(세간에서는 이것을 희생, 혹은 사회화라고 한다) 이것은 블록 스스로의 노력과 경영진, 혹은 관리자의 노력이 같은 방향을 향했을 때 이뤄진다. p.s :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 적어봤다.
나는 동영상 강의가 싫다 이 생각이 고등학교때 쯤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 계기는 굉장히 유치하다. 바로 원피스 때문이었는데 원피스 만화책은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한 권에 많은 내용이 집약돼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1화 분량과 같은 20분동안 만화책을 읽으면 거의 애니메이션 3~4편의 분량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동영상강의가 싫어졌다. 싫은 이유는 위에서 얘기했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바로 분량을 흡수하는 데에 있어 수동적인 자세가 되기 때문이다. 책이나 글, 혹은 스스로 구글링해서 실습을 하다보면 내용에 대한 취사선택이 가능하지만 동영상 강의는 그것이 불편하다. 어디에 무엇이 나와있는지도 소리로 파악해야하기 때문에 그 범주를 알기 힘들고 일일히 돌려가며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싫어버릇 때문인지..
참새는 자신이 밟고 있는 나뭇가지가 부러질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박종천 넥슨 부본부장의 강의에서 처음 알게 된 말이다. 너무 감명깊게 와닿은 말이라 원래 있던 말인 줄 알았으나 아무리 검색해도 안나오길래 와 이분이 만든 말인가? 싶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참새가 아니었다. 그냥 새였다. 그렇게 새로 검색해보니 저자가 나왔다. 바로 김새해의 '내가 상상하면 꿈이 현실이 된다'라는 책에서 나온 부분인 것이었다. 원문은 이렇다. 나무에 앉은 새는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을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건 나뭇가지를 믿어서가 아니라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죠. 항상 당신 자신을 믿으세요. -김새해 '내가 상상하면 꿈이 현실이 된다.' 중에서 사실 나는 원문 그대로가 아닌 내 뇌가 기억하는 대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게 더 어..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이다. 인부도어산이도어석[人不倒於山而倒於石] 인함부지어산이지어질[人咸不躓於山而躓於垤] -한비자 제자백가에서 법치주의를 주장하고 설파했던 한비자의 말이다. 선진화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의 법을 제1의 원칙으로 하듯이, 내 개인적으로는 가장 선진적이고 인간을 잘 꿰뚫어본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고 수많은 일상속에서도 이 단어가 떠오르는 횟수가 많기 때문일까, 잊혀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삼인행필유아사'와는 달리 음독도 꽤나 길어 외우지는 못하고 그냥 뜻으로만 알고 있다.
몇 년 전, 2017년에는 과연 TV에서 '병신년'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유치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넘어 이제는 무술년이 오고 벌써 마지막 분기에 접어들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물론 당신이 광속으로 시간을 내달리는 플래쉬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저 말도 틀린 게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빠르게 느낀다. 이제 그 이유에 대해서 기술해보려 한다. 7살짜리 아이가 있다. 이 아이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자기 인생의 7분의 1이다. 그래서 이 아이가 새로이 맞게 되는 8번째 해는 자기 인생의 7분의 1을 반복하는 지라 길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